언론보도 목록

[전통 민화&손자수 전시회 ‘바림’전]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이다 [내일신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 | 2016-11-25
조회수 | 2,537

본문

- 내일신문, 2016-10-17 09:39:55 게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의 「풀꽃」 중에서 -

민화와 자수가 만났다. 바느질 한 땀 한 땀이 예술이 되었다. 발달장애청년들과 지역시민이 만났다. 둘은 하나가 되어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니 예쁠 꽃이 없다. 발달장애인도 그렇다. 기회를 주면 아니 해낼 게 없다. 다만 사랑 어린 기다림이 필요할 뿐.

발달장애인의 손끝에서 예술이 피어오르다

사단법인 아르크가 발달장애청년들이 완성한 민화 자수 작품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수와 복을 염원하는 ‘백수백복도’ 중 일부 그림을 선정한 단독 작품 12점과 색색의 천 위에 수복도 그림 25점을 정성껏 이어붙인 벽화를 선보인다.
작품전시회 제목은 ‘바림’. 한국적 그러데이션을 뜻하는 바림처럼 한국 전통 민화에 손자수를 덧입혀 그림을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든 작품들을 나타낸다. 발달장애청년의 단순한 바느질 ‘기술’이 지역시민의 도움을 받아 아름다운 ‘예술’로 바림된 뜻 깊은 작품들이다.
종이에 그린 작품이 아니다. 린넨 천에 민화전문가가 민화그림을 그려 넣으면 발달장애청년들이 그 위에 조심조심 손자수를 놓았다. 색다른 작품일 뿐만 아니라 예술성도 한껏 가미됐다.

민화를 지도했던 권순주(58)씨는 오랫동안 민화를 그려왔으며 나사렛대학교에서 민화를 가르치는 민화전문 작가다. 권순주 작가와 민화 봉사자들이 발달장애청년들이 잘 따라 수놓을 수 있도록 민화를 그려주었다면 손자수는 오래전부터 이들에게 자수를 가르쳐 왔던 이수열(51)씨가 도와주었다. 이수열씨는 옆구리에 끼듯 일대일로 8명의 발달장애청년들을 가르쳤다. 총 15명의 봉사자들도 힘을 보탰다. 발달장애청년들을 항상 웃는 낯으로 대하는 이수열씨는 “발달장애는 느리고 더딜 뿐 못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들의 집중력을 칭찬했다.
권순주 민화작가는 “장애가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을 만큼 2시간 동안 주의를 흩트리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청년들이 집중해서 자수를 할 수 있도록 도운 봉사자들의 정성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청년들의 작품을 대하는 부모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저 바느질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작품을 만들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전시회가 정말 기대돼요.” “사진 찍어도 될까요? 할머니께 보내드리면 또 눈물 흘리실 것 같네요.” 믿기 어려운 일들을 자신의 발달장애 자식들이 해낸 것이다.
발달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은 매 순간 가슴이 아렸다. 지역의 봉사자들을 만나 이렇게 훌륭히 제 몫을 한다는 게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자신의 아이들을 지도해준 봉사자들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중증발달장애청년들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역의 봉사자들을 만나 보란 듯이 힘차게 성장한 것이다.


발달장애인, 그들의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해 봐요

사단법인 아르크는 문화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게 문화예술을 통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안전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협조자 역할을 해왔다.
중증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처음 ‘헝겊자수공예’ 교육사업을 실시함으로써 천안지역 지적장애인의 새로운 핸드 아트분야 사업을 개척하고 개인의 소질을 계발시켜 다양하고 풍성한 여가 선용의 기회를 제공했다. 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잠재된 능력 개발을 통해 놀거리가 일거리가 되는 생산적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통해 중증장애인의 역량을 향상시켜 온 것이다.

조명숙(53) 아르크 상임이사는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여가선용의 기회를 갖고 장애가 있더라도 성인으로서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며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그들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더 고민하며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논의를 위해 아르크는 전시 마지막 날 발달장애인의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해 지역민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지역 내 활동 중인 8명의 장애인 문화예술분야 평생교육 강사들이 이날 참여해 자신의 견해를 내놓는다. 미술 자수 민화 합창 타악기 연극치료 사진 동양악기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발달장애인들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고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다.
조명숙 상임이사는 “이번 전시는 발달장애청년의 바느질 ‘기술’이 지역시민의 도움으로 ‘예술’로 바림되었다”며 “카페 아르크에 방문해 그들의 소중한 한 땀 한 땀이 얼마나 예술적인 작품으로 승화했는지 감상하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기사 원문)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13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