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아르크에서 만난 '잔다르크 조명숙' [디트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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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 | 2016-11-25
조회수 | 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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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人]16년 삶의 능선과 골짜기가 만든 '희망 결정체'
- 디트뉴스24, 2016.04.24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 자폐와 발달장애인 훈련장을 겸한 카페가 생긴다. 이곳 주인은 사단법인 아르크 조명숙(52·천안시하모니주간보호센터장) 상임이사다. '카페 아르크'에서 만난 그는 16년 동안 자신이 걸어온 여정을 하나 둘씩 풀어놨다.
그는 1999년 천안에 처음으로 생긴 발달장애 당사자 단체인 충남장애인부모회 실무자 출신이다. 이 계통에서 일하는 인사들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대개 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일반적인데, 그의 자녀는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했다
4년 동안 장애인부모회 초기 발전과정에서 발달장애 어린이들을 돌봤다. 그러다 가정 사정에 의해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으나 실무 후배들도 생기고, 단체의 역량이 생겨나면서 그는 다른 NGO 단체로 옮겼다. 내부 실무자와 인력들이 단체를 잘 끌고 가길 바랐지만 그가 떠난 뒤 단체는 아이들 생애주기에 따른 지지 환경 마련에 있어 그 명맥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조명숙의 16년 역사가 빚어낸 '카페 아르크'
"당시는 지역에서 장애아가 태어나면 전 생애주기 동안 관련 서비스가 지역 안에서 전부 이루어져 성장 후에도 부모와 자녀가 헤어지지 않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오랫동안 살아가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어요."
해외에 나가 공부한 뒤 돌아와 보니 단체의 어려움이 눈에 보였다. 성인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갈 곳이 많이 없었다. 생애주기마다 재활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려면 나이대별로 필요한 조건 충족과 그에 맞는 지원이 있어야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장애 당사자 부모만으로 구성된 단체는 양육만으로 지친 삶의 무게로 인해 몇 번이고 주춤하며 내부 결속력과 네트워킹 리더십 부재를 겪었다고 한다.
다니던 곳에 사표를 썼다. 마땅히 일할 단체나 공간도 없지만, 지역의 장애부모들이 찾아와 지역사회에서 성인 발달장애 재활자립 지원 마련에 대해 문의했다. 그러던 도중 나사렛대에 지적장애인 4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을 발견했다.
합창단은 문화예술 성격이 강했지만, 사회복지사를 찾고 있었다. 거기서 생애주기 성인기를 이어갈 시스템 마련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작은 구석이지만 사무실을 만들어 상담을 통해 지역사회의 욕구를 파악하면서 다시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르크 태동 배경이 된 '음악으로 만나는 세상'
그렇게 해서 2011년 8월 설립된 것이 충남도 산하 장애인·저소득층 문화예술지원 비영리단체 '음악으로 만나는 세상'(이장훈 초대 대표)이다. 이 단체는 4년만인 지난 해 사단법인으로 승격했고, 그 이름이 바로 '아르크(The ARK: The Art & Rehabilitation Keeper)'다. 박상돈 전 국회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조 이사를 비롯해 나사렛대 관계자, 장애인복지 관련 기관장, 문화예술분야 전문가, 장애인 부모 등 11명이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아르크는 '방주(方舟)'란 뜻이에요.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처럼, 이 험난한 바다를 무사히 항해하도록 만들려는 이사들이 '아르크'가 되기를 결심하고 이사가 되셨어요. 박상돈 대표는 충남장애인부모회(이숙이 초대회장)가 설립됐을 때 처음으로 재정지원을 도와준 분입니다. 박 대표께서 당시 후배에게 돈을 얻어 주신 것이 아동주간보호센터의 최초 자금이었어요."
성인 발달장애인 '아르크' 된 11명의 이사진
당시 천안에는 약 1300여의 발달장애인이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시설이 아니면 갈 곳이 없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음악으로 만나는 세상'은 주 사업인 장애·비장애 통합합창단을 운영하면서, 장애인들의 개인적 욕구와 바람을 수렴해 하나하나 사업을 늘려가게 됐다. 그 과정에서 '천안시 하모니 주간보호센터'를 수탁(2012년 9월)했다.
센터 설립 당시 15명 중증장애인이 왔고, 이후 전화 문의로 접수 된 대기자는 50여명에 달했다. ‘성인 발달장애 지지 모임’이란 실무모임을 갖춰 비정기적으로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뾰족한 대안은 없었다. 중증 성인발달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3년 그는 지역 복지 실무자들과 함께 우연히 찾은 일본에서 '미래'를 봤다.
우연히 찾아간 일본에서 '아르크의 미래'를 보다
"이 아이들을 보호만 한다고 해서 잘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지역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거죠. 일본은 한 기지국에 신청하고 등록만 하면 성인장애인이 필요한 것을 다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그 중 저희가 찾은 도쿄의 '백매보호작업장'은 참으로 놀라웠죠. 그곳은 30년 전 부모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헝겊에 자수 놓는 사업을 한 거예요. 나중에 시 사업으로 전환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동안은 생산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 작업장에 갔는데, 그런 능력 없이 자리에 앉아만 있어도 인센티브가 나가는 거에요. 프로그램도 많고요. 정말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그걸 보고 돌아와 천안시와 함께 3번의 세미나를 열었지만, 지자체의 도움을 받기는 힘들었다. 고민 끝에 그는 자원봉사자를 모으러 나섰다. 그러던 중 꽃 자수를 잘 놓는 이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헝겊에 수놓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하모니센터에 헝겊에 자수놓기 프로그램으로 넣었다.
"자폐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한 곳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놀라운 특성이 있습니다. 머리카락 하나만한 실 가닥도 바늘에 꿰어 정해준 곳에 정확히 꽂죠. 지적 장애인들은 사회성도 좋고 또 단순한 일을 좋아해요. 각자의 장애특성을 살려 알맞은 과제를 주는 거예요. 헝겊을 자르고, 수를 놓고 포장하는 일을 시켰어요. 그렇게 아이들 손을 거쳐 만든 행사 수건 70장을 제 동창회 정기 모임 때 들고 가 팔았어요. 그 돈으로 다시 동대문시장에 가서 70만원어치 재료를 다시 사왔어요."
"헝겊에 자수 놓아 만든 수건 70장 동창회 나가 팔아"
이러자 소문이 났고, 천안시로부터 정부의 시범사업을 맡아보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보조금을 받아 37명의 성인 장애인들이 자수 놓는 일에 참여했다. 천안시는 그해 전국 최우수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 우수상을 받았다.
그 37명 중에 솜씨가 탁월한 솜씨를 지닌 5명의 아이들이 나왔다. 조 이사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재활이 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대기자들을 순환시키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이 공간이 생겨났다.
"여기서 일한 것에 대한 대가와 성과가 있으면 지금의 5명은 나가고, 다음 대기자 5명이 들어올 수 있어요. 센터는 법인 안에서 하나의 독립적 기관이고, 법인은 센터가 못하는 이슈 만들기나 정책제안, 후원자모집, 홍보, 컨설팅을 하는거죠. 그분들이 총력을 기울여 만든 곳이 바로 이 카페 아르크입니다."
천안시 제안 정부시범사업 맡아 성과..법인-하모니센터 '유기적 공조'
카페 아르크는 사회적 기업으로 방향을 잡아 추진했다. 하지만 사단법인 성격 상 비영리 프로그램을 하지 못해 조 이사가 개인사업자 명의로 시작한다.
대신 카페 아르크는 하모니주간보호센터, (사)아르크 등과 순차적으로 MOU(업무협약)를 맺어 유기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 미시적으로는 수놓는 사업을 실천하지만, 법인은 더 큰 지원을 하는 것이다. 특히 100% 민간자본으로 직업재활 훈련실을 만들었다. 낮 동안 성인 발달장애인들에게 헝겊 수놓기와 커피 잔을 나르는 연습을 시킨다.
다시 문제는 '자본'이다. 카페 아르크는 조 이사를 비롯해 7명이 공동 출자해 만들었다. 대부분 장애부모들이 선뜻 돈을 내놓았다. 2012년 센터를 개설할 때 이 같은 직업재활 공간, 직업재활 자립시스템을 마련하려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협동조합을 꾸려 벤치마킹도 다녔다. 뜬금없이 생긴 것이 아닌, 마중물이 있었던 것이다.
"카페가 위치한 쌍용동을 비롯해 서북구에는 발달장애인이 밀집해 있어요. 지역 환경상 아이들의 경제여건은 괜찮아요. 그렇다보니 장애부모들은 일반 자녀들이 문화센터를 활용하듯이 자기 아이들이 주간보호센터를 다니길 원합니다. 문화적 욕구가 강하다는 뜻이죠."
박상돈 전 국회의원, 이숙이 전 시의원 등 물질적·정신적 지주
그러면서 조 이사는 이숙이 전 천안시의원이 멘토라고 했다. 이 전 시의원은 제도권 활동 전 충남장애인부모회 초대 회장으로 지역 장애인부모회를 이끈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시의원으로 활동할 때는 천안시 하모니주간보호센터 예산도 마련하는 등 열심이었다.
조 이사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자립하고 지역사회 일꾼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받침대 역할을 해준 분들이 참 많아요. 지금의 센터직원들에게도 감사하고요. 앞으로 이 카페가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져서 발달장애인들의 홀로서기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16년동안 험난한 삶의 능선과 골짜기를 숱하게 지나왔다. 그래도 자신이 걸어왔고, 지금 걷고 있고, 또 걸어갈 길이 천성이라고 여기는 '조명숙'. 지역 발달장애인 NGO계 '잔다르크'라고 불러도 족하다. 카페 아르크는 25일 오픈한다.
- 류재민 기자
(기사 원문) http://www.dtnews24.com/news/article.html?no=393059
- 디트뉴스24, 2016.04.24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 자폐와 발달장애인 훈련장을 겸한 카페가 생긴다. 이곳 주인은 사단법인 아르크 조명숙(52·천안시하모니주간보호센터장) 상임이사다. '카페 아르크'에서 만난 그는 16년 동안 자신이 걸어온 여정을 하나 둘씩 풀어놨다.
그는 1999년 천안에 처음으로 생긴 발달장애 당사자 단체인 충남장애인부모회 실무자 출신이다. 이 계통에서 일하는 인사들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대개 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일반적인데, 그의 자녀는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했다
4년 동안 장애인부모회 초기 발전과정에서 발달장애 어린이들을 돌봤다. 그러다 가정 사정에 의해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으나 실무 후배들도 생기고, 단체의 역량이 생겨나면서 그는 다른 NGO 단체로 옮겼다. 내부 실무자와 인력들이 단체를 잘 끌고 가길 바랐지만 그가 떠난 뒤 단체는 아이들 생애주기에 따른 지지 환경 마련에 있어 그 명맥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조명숙의 16년 역사가 빚어낸 '카페 아르크'
"당시는 지역에서 장애아가 태어나면 전 생애주기 동안 관련 서비스가 지역 안에서 전부 이루어져 성장 후에도 부모와 자녀가 헤어지지 않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오랫동안 살아가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어요."
해외에 나가 공부한 뒤 돌아와 보니 단체의 어려움이 눈에 보였다. 성인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갈 곳이 많이 없었다. 생애주기마다 재활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려면 나이대별로 필요한 조건 충족과 그에 맞는 지원이 있어야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장애 당사자 부모만으로 구성된 단체는 양육만으로 지친 삶의 무게로 인해 몇 번이고 주춤하며 내부 결속력과 네트워킹 리더십 부재를 겪었다고 한다.
다니던 곳에 사표를 썼다. 마땅히 일할 단체나 공간도 없지만, 지역의 장애부모들이 찾아와 지역사회에서 성인 발달장애 재활자립 지원 마련에 대해 문의했다. 그러던 도중 나사렛대에 지적장애인 4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을 발견했다.
합창단은 문화예술 성격이 강했지만, 사회복지사를 찾고 있었다. 거기서 생애주기 성인기를 이어갈 시스템 마련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작은 구석이지만 사무실을 만들어 상담을 통해 지역사회의 욕구를 파악하면서 다시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르크 태동 배경이 된 '음악으로 만나는 세상'
그렇게 해서 2011년 8월 설립된 것이 충남도 산하 장애인·저소득층 문화예술지원 비영리단체 '음악으로 만나는 세상'(이장훈 초대 대표)이다. 이 단체는 4년만인 지난 해 사단법인으로 승격했고, 그 이름이 바로 '아르크(The ARK: The Art & Rehabilitation Keeper)'다. 박상돈 전 국회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조 이사를 비롯해 나사렛대 관계자, 장애인복지 관련 기관장, 문화예술분야 전문가, 장애인 부모 등 11명이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아르크는 '방주(方舟)'란 뜻이에요.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처럼, 이 험난한 바다를 무사히 항해하도록 만들려는 이사들이 '아르크'가 되기를 결심하고 이사가 되셨어요. 박상돈 대표는 충남장애인부모회(이숙이 초대회장)가 설립됐을 때 처음으로 재정지원을 도와준 분입니다. 박 대표께서 당시 후배에게 돈을 얻어 주신 것이 아동주간보호센터의 최초 자금이었어요."
성인 발달장애인 '아르크' 된 11명의 이사진
당시 천안에는 약 1300여의 발달장애인이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시설이 아니면 갈 곳이 없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음악으로 만나는 세상'은 주 사업인 장애·비장애 통합합창단을 운영하면서, 장애인들의 개인적 욕구와 바람을 수렴해 하나하나 사업을 늘려가게 됐다. 그 과정에서 '천안시 하모니 주간보호센터'를 수탁(2012년 9월)했다.
센터 설립 당시 15명 중증장애인이 왔고, 이후 전화 문의로 접수 된 대기자는 50여명에 달했다. ‘성인 발달장애 지지 모임’이란 실무모임을 갖춰 비정기적으로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뾰족한 대안은 없었다. 중증 성인발달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3년 그는 지역 복지 실무자들과 함께 우연히 찾은 일본에서 '미래'를 봤다.
우연히 찾아간 일본에서 '아르크의 미래'를 보다
"이 아이들을 보호만 한다고 해서 잘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지역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거죠. 일본은 한 기지국에 신청하고 등록만 하면 성인장애인이 필요한 것을 다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그 중 저희가 찾은 도쿄의 '백매보호작업장'은 참으로 놀라웠죠. 그곳은 30년 전 부모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헝겊에 자수 놓는 사업을 한 거예요. 나중에 시 사업으로 전환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동안은 생산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 작업장에 갔는데, 그런 능력 없이 자리에 앉아만 있어도 인센티브가 나가는 거에요. 프로그램도 많고요. 정말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그걸 보고 돌아와 천안시와 함께 3번의 세미나를 열었지만, 지자체의 도움을 받기는 힘들었다. 고민 끝에 그는 자원봉사자를 모으러 나섰다. 그러던 중 꽃 자수를 잘 놓는 이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헝겊에 수놓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하모니센터에 헝겊에 자수놓기 프로그램으로 넣었다.
"자폐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한 곳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놀라운 특성이 있습니다. 머리카락 하나만한 실 가닥도 바늘에 꿰어 정해준 곳에 정확히 꽂죠. 지적 장애인들은 사회성도 좋고 또 단순한 일을 좋아해요. 각자의 장애특성을 살려 알맞은 과제를 주는 거예요. 헝겊을 자르고, 수를 놓고 포장하는 일을 시켰어요. 그렇게 아이들 손을 거쳐 만든 행사 수건 70장을 제 동창회 정기 모임 때 들고 가 팔았어요. 그 돈으로 다시 동대문시장에 가서 70만원어치 재료를 다시 사왔어요."
"헝겊에 자수 놓아 만든 수건 70장 동창회 나가 팔아"
이러자 소문이 났고, 천안시로부터 정부의 시범사업을 맡아보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보조금을 받아 37명의 성인 장애인들이 자수 놓는 일에 참여했다. 천안시는 그해 전국 최우수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 우수상을 받았다.
그 37명 중에 솜씨가 탁월한 솜씨를 지닌 5명의 아이들이 나왔다. 조 이사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재활이 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대기자들을 순환시키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이 공간이 생겨났다.
"여기서 일한 것에 대한 대가와 성과가 있으면 지금의 5명은 나가고, 다음 대기자 5명이 들어올 수 있어요. 센터는 법인 안에서 하나의 독립적 기관이고, 법인은 센터가 못하는 이슈 만들기나 정책제안, 후원자모집, 홍보, 컨설팅을 하는거죠. 그분들이 총력을 기울여 만든 곳이 바로 이 카페 아르크입니다."
천안시 제안 정부시범사업 맡아 성과..법인-하모니센터 '유기적 공조'
카페 아르크는 사회적 기업으로 방향을 잡아 추진했다. 하지만 사단법인 성격 상 비영리 프로그램을 하지 못해 조 이사가 개인사업자 명의로 시작한다.
대신 카페 아르크는 하모니주간보호센터, (사)아르크 등과 순차적으로 MOU(업무협약)를 맺어 유기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 미시적으로는 수놓는 사업을 실천하지만, 법인은 더 큰 지원을 하는 것이다. 특히 100% 민간자본으로 직업재활 훈련실을 만들었다. 낮 동안 성인 발달장애인들에게 헝겊 수놓기와 커피 잔을 나르는 연습을 시킨다.
다시 문제는 '자본'이다. 카페 아르크는 조 이사를 비롯해 7명이 공동 출자해 만들었다. 대부분 장애부모들이 선뜻 돈을 내놓았다. 2012년 센터를 개설할 때 이 같은 직업재활 공간, 직업재활 자립시스템을 마련하려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협동조합을 꾸려 벤치마킹도 다녔다. 뜬금없이 생긴 것이 아닌, 마중물이 있었던 것이다.
"카페가 위치한 쌍용동을 비롯해 서북구에는 발달장애인이 밀집해 있어요. 지역 환경상 아이들의 경제여건은 괜찮아요. 그렇다보니 장애부모들은 일반 자녀들이 문화센터를 활용하듯이 자기 아이들이 주간보호센터를 다니길 원합니다. 문화적 욕구가 강하다는 뜻이죠."
박상돈 전 국회의원, 이숙이 전 시의원 등 물질적·정신적 지주
그러면서 조 이사는 이숙이 전 천안시의원이 멘토라고 했다. 이 전 시의원은 제도권 활동 전 충남장애인부모회 초대 회장으로 지역 장애인부모회를 이끈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시의원으로 활동할 때는 천안시 하모니주간보호센터 예산도 마련하는 등 열심이었다.
조 이사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자립하고 지역사회 일꾼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받침대 역할을 해준 분들이 참 많아요. 지금의 센터직원들에게도 감사하고요. 앞으로 이 카페가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져서 발달장애인들의 홀로서기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16년동안 험난한 삶의 능선과 골짜기를 숱하게 지나왔다. 그래도 자신이 걸어왔고, 지금 걷고 있고, 또 걸어갈 길이 천성이라고 여기는 '조명숙'. 지역 발달장애인 NGO계 '잔다르크'라고 불러도 족하다. 카페 아르크는 25일 오픈한다.
- 류재민 기자
(기사 원문) http://www.dtnews24.com/news/article.html?no=393059